목요일, 9월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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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글쓰기를 연습하여 책을 집필하라

대학 1학년이었던 겨울 어느 아침, 나는 부산행 버스를 탔다. 가진 거라곤 차표를 사고 남은 돈 만원과 소지품이 든 배낭뿐이었다. 사연을 밝히면 이렇다. 학교가 싫어 숱한 나날 땡땡이를 쳤고, 계절 학기를 받지 않으면 유급시키겠다는 학교 측의 협박 편지를 받았고, 청춘의 고뇌를 이해할 리 없는 아버지가 회초리를 들고 열을 냈으며, 어머니는 아버지를 말리는 대신 내게 잘못을 빌라고 재촉했다. 이미 얻어맞은 나로서는 빌고 싶지 않았다. 싫다는 대학에 강제 입학시킨 장본인, 어머니가 더 원망스러웠다.

행선지가 왜 하필 부산이었던가? 그즈음, 서면의 모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던 중학교 친구로부터 놀러 오라는 편지를 받았다. 나는 놀러 가서 눌러앉을 작정이었다. 일자리를 구하고, 돈을 모아 방을 얻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한나절 만에 꿈이 깨졌다. 물어물어 찾아간 클럽에 그녀가 없었다. 직장을 옮겼단다. 진짜인지 아닌지 안에 들어가 확인하겠다고 했다가 보이에게 배 터지게 욕만 먹었다. 이건 어디서 굴러온 땅거지야~~~
물론 내 행색이 세련돼 보이지는 않았다. 꼬질꼬질한 운동화, 되는대로 껴입은 옷에 털모자. 그렇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미모는 존중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서면을 빙빙 돌았다. 오늘 당장 어디서 자야 하나? 주민등록증도 없는 미성년자인데. 자정이 돼서야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 허름한 여인숙을 찾아냈다. 배가 고팠지만 주머니엔 숙박비를 내고 남은 2천원 뿐이었다. 피곤했지만 편히 잘 수도 없었다. 복도에선 남자의 고함과 여자 비명, 병 깨는 소리와 쫓고 쫓기는 발소리가 난무하는데, 내 방문 잠금장치는 고장 나 있었다. 나는 문고리를 붙들고 벌벌 떨며 악몽 같은 밤을 보냈다.

동트자마자 해운대행 버스를 탔다. 겨울 바다는 현기증 나게 스산하고 미치도록 추웠다. 집이 그리웠으나 이젠 자력으로 갈 수도 없었다. 광주행 차표를 살 수 없는, 동전 몇 개만 주머니에서 달랑거리고 있었다. 뿔 세우고 기다릴 아버지가 무서웠고, 잘못했다고 빌라고 할 어머니도 싫었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순간 “여보세요”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환청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손가락이 저 혼자 저지른 일이었다. “너 어디야?” 묻는 말에 왈칵 울음이 터졌다. 여긴 해운대고, 돈이 없어 이틀째 굶었는데 엄마는 내가 걱정되지도 않느냐고 울먹거렸다. 수화기 저편이 잠깐 고요해졌다. 무서운 침묵이었다. 살 떨리는 순간이었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뭐가 보이는데?” 마침내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K호텔이 보인다고 하자 그리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커피숍에 앉아 케이크든, 커피든 시켜 먹으면서 기다리라고…. 어머니는 해 질 무렵에야 나타났다. 지난밤 이야기를 듣고 나서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나를 일으켜 세웠다. 집이 아니라 바로 그 호텔, 어느 방으로 나를 데려갔다. 나는 머뭇머뭇 따라 들어가서 걸음을 멈췄다. 숨도 함께 멈췄다. 커다란 창으로 바다가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지난밤, 나를 냉대했던 도시가 품을 활짝 열어 보이고 있었다. 반원을 그리며 뻗어나간 해안선,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물들, 달맞이 언덕으로 집결하는 납빛 구름, 갈매기가 떼 지어 나는 수평선 위로 저녁 해가 내려앉고 있었다. 바다는 주황빛으로 달아올랐다. 해수면 밑에서 용암이 들끓는 것처럼….. 춥고 황량하던 창밖 세상이 마술을 부린 양 붉고 뜨거웠다. 흐느낌 같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머니는 왜 여기 왔을까? 설마 저 마법 속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어머니는 나를 욕실로 밀어 넣었다. 땟국을 빼고 나서 간 곳은 호텔 뷔페였다. 다음은 거지 취급을 받은 클럽… 전날의 보이가 떠름한 얼굴로 나를 맞았다. 이번엔 손님으로. 우리는 클럽 문이 닫힐 때까지, 춤추고, 소리 지르고, 맥주를 마셨다. 어머니는 건배할 때마다 혀 꼬부라진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넌 내 딸이야. 알지?” (소설가 정유정

이 글을 읽고 어떠한 생각이 드는가? “참 잘 쓴 글이다” “정말 멋진 어머니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실제로 우리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이 어머니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리 멋진 판단을 할 수 있었을까?
위 내용은 픽션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다면 우리도 글 중의 어머니처럼 판단할 수 있을까? 글 중의 어머니는 정말 멋지고 현명한 어머니라고 생각된다.
글을 잘 쓰는 사람 중에는 달란트를 받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달란트는 개발하지 않으면 있는 것마저 빼앗기는 특성이 있으므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황토집을 짓고 응접실 통유리 너머에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글을 쓰고 싶을 것이다. 구수한 향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벽난로 위의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는 것은 글 쓰는 사람들이 가진 소망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이 쓴 책 한 권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그 책이 베스트 셀러가 아니어도 좋다. 자신의 주변 이야기를 다룬 가벼운 내용이어도 상관없다. 어떠한 내용이라도 책 속에는 글쓴이의 삶이 들어있고, 인생관이 녹아 있으며 철학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을 쓸 때는 그때까지 살아온 모든 경험과 지혜를 총동원하여 책 속에 녹여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자의 노력으로 세상에 태어난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내용을 저자의 경험과 지혜를 빌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나 성공한 사람들만 책을 집필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집필함으로써 우리도 그러한 사람들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자신의 가치도 올라가는 것이다. 읽은 글에서 교훈을 발견하고 꾸준한 글쓰기를 통하여 한 권의 책을 집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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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갑 교수
'아들아! 너는' 저자, 고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역임, 한국창조학회 부회장, 극동방송 창조과학 강연 진행, 콜로라도 주립대학 교환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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