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5월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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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진퇴양난 꽉 막힌 美 항구, 연말 쇼핑 서둘러야

미국 캘리포니아 LA항과 롱비치항의 물류적체가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처럼 계속되고 있다.
추수감사절 쇼핑 대목인 11월 26일 블랙프라이데이에 쇼핑 시즌의 피크인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다가오고 있어 수입품을 싣고 오는 화물선들은 더 많아지고 있는데, 미국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소비자들의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 아시아 무역관문인 LA항과 롱비치 항. 미국 서부 해안에는 LA항, 롱비치항, 시애틀항, 샌프란시스코항 등 크고 작은 항구들이 있는데 이들 중 대형 화물선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항구들은 LA항구와 롱비치 항구가 유일하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화물 40 퍼센트가 이 두 항구로 몰리고 있는데 이 두 항구의 경제활동이 미국 GDP의 무려 8 퍼센트를 차지한다. LA항 앞바다에 있는 화물들의 가치를 다 합산하면 약 30조원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아이슬랜드와 같은 국가의 GDP와 맞먹는 엄청난 금액이다.


하지만 현재 두 항구에서 입항을 기다리는 화물선은 100척을 능가하며 사상 최대 기록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이 항구들로 들어오는 화물선에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수출한 각종 제품이 실려있기 때문에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시름도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다. 중국의 한 화물선의 경우 정박 장소를 찾지 못해 9월 이후부터 무려 5주간 그저 바다에 떠있는 현실이다. 아시아 및 세계 곳곳에서 출발한 화물선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수도, 받아볼 수도 없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일까.


미국 공급망 차질문제는 이 두 항구의 하역시스템에서 시작된다.
가장 큰 문제는 항만 노동자의 부재이다. 짐을 내리고 처리할 사람이 없어 판데믹 이후 항만 노동 인력 대거 감소로 인한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 단계적인 일상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화물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노동력 부족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항만과 같은 경우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자국으로 돌아간 이주 노동자들이 감염, 백신접종불가 등을 이유로 자국에서 복귀하지 않아 인력 공백이 채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 주요 이유다. 캘리포니아 주는 최저임금 시급이 14달러였지만 현재 20달러까지 올려도 구인이 어려워 물류대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항만 당국은 당장 5,000명 가량이 더 필요하지만 선사들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인력을 추가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된다. 한 물류회사 대표는 “5,000명을 추가로 임시 고용하게 될 경우 그 이후에 물류 사태가 진정되면 이 직원들을 데리고 상시 고용체제로 가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항구로 이어지는 도로는 컨테이너 트럭들이 줄지어 서있고, 하역작업이 지연되다 보니 대기시간도 판데믹 이전보다 4배 이상이 늘었다. 트럭 운전사들도 “항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대기시간이 1시간 반에서 6시간 정도에 이른다. 평소에 하루 4번 정도 운송하는데 요즘은 절반 정도인 2번 밖에 못한다”고 말하는 현실이다.


물류대란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24시간 항만 운영, 주 7일 운영 등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하역 조건이 까다로워 이 방안도 적체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배에서 화물을 내려도 미국에 유통되는 상품의 70퍼센트가 트럭으로 옮겨지는데, 코로나 사태로 트럭 운전자들의 은퇴가 늘면서 운송 인력도 크게 부족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미 화물운송업계는 현재 약 80,000명의 운송기사가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며 코로나 판데믹 기간 동안 60,000명이 부족했던 것 보다 약 30퍼센트가 늘어난 사상 최대 인력난을 겪고 있다. 따라서 미 정부는 트럭 운송에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웃지 못할 상황이다.


미국 곳곳에서 물건들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소비자들도 불편함을 겪고 있다. 화장지를 쌓아둔 곳에 “가족 당 하나만 구입할 수 있다”는 구매제한을 알리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고, 소비자들은 연말이기에 무슨 일이 생길 지 몰라 여분으로 더 사고 싶어도 도저히 살 수 없는 현실. 청소 용품이나 빨래 세제들을 포함한 생필품도 모두 떨어지고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


이처럼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이어지는 ‘미 최대 쇼핑시즌’이 임박했지만 중소 상점들이나 소매점들은 필요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제때 공급하지 못해 10달 전 주문한 물건을 아직까지 받지 못한 상점들도 대다수이다. 콜로라도의 한 유통업체는 1월에 원래 거래 업체가 아닌 여러 공급 업체들에도 물품들을 주문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전체 물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등 성탄절 용품과 연말 선물용 장난감은 벌써부터 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물선들이 항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해상 운임이 판데믹 이전에 비해 5배 가량 오른데다가 육상 운송도 어려워지자 수출입 업체들의 적자폭도 커지고 있는 것. 운송 비용은 판데믹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서부지역 기준으로 최소 35퍼센트에서 40퍼센트 정도 인상되었고 동부지역은 거의 2배 이상 올랐다.


상황이 이렇지만 미국의 물류대란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팔 물건도 살 물건도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만 오르고 있어 경제학자들은 올해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 퍼센트로 하향 조정했다. 이 것은 지난 7월 조사의 7퍼센트에서 절반 이상 떨어진 수치이다.


갈수록 심화되어 가기만 하는 미 물류대란. 백신공급 확대로 경기회복이 되고 있는 세계 경기 회복에는 먹구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중국 전력난 등 공장 가동이 멈춰지면서 에너지 대란에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또한 진퇴양난의 물류대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것이 물가상승과 맞물리게 되고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내년까지 물가가 오르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연말, 매년 이맘때 즈음이면 사랑하는 가족, 지인들의 얼굴에 띄게 할 미소를 상상하며 쇼핑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오르던 미국 소비자들의 시름은 나날이 커져만가고 있다.

조예원 기자
고려대학교 국제학 BA · 고려대학교 언론학 BA · 덴버대학교 국제안보학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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