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마지막 축제’ 폐회식을 끝으로 17일 간의 짧은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판데믹 속에서도 치뤄진 도쿄올림픽은 폐막식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올림픽은 국민들이 메달 획득 여부보다 선수들의 노력에 박수와 찬사를 보내는 새로운 ‘응원 분위기’ 또는 ‘응원 문화’가 전개되면서 이전 올림픽과는 사뭇 다른 훈훈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올림픽은 코로나 판데믹 속에서도 일본이 강행한 국제적 스포츠 축제이지만 이전 올림픽 경기들과는 달리 경기장에는 선수들을 향해 환호하던 관중들은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간 연기돼 사상 초유의 無 관중, 無 해외관광객 속에서 열렸다. 관중이 없어서였는지 이변도 많이 일어났고,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낸 후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당당하게 “후회는 없어요”라고 발랄하게 말할 수 있는 MZ세대(밀레니얼 + Z세대)선수들의 자신감이 국민들에게 큰 영감이 되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중들이 탄생시킨 신조어 중 단연 이목을 모은 것은 ‘갓기’다. 신(god)을 의미하는 ‘갓’과 ‘아기’의 ‘기’를 합성한 말인 ‘갓기’는 올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Z세대 막내들의 반란을 상징하는 용어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후반에 출생한 세대로 어렸을 때부터 IT 기술을 많이 접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세대를 일컫는다.
주요 인물들로는 “완주해서 후련하다”던 수영의 황선우 선수, “코리아 파이팅” 세리머니로 남다른 패기를 보여줬던 양궁막내 김제덕 선수, “후회없다”며 방긋 웃은 탁구 막내 신유빈 선수, 도마 공주 여서정 선수 등이 있다. “메달은 없었으나 후회는 없다”고 후련하게 말할 수 있는 Z세대 선수들만의 자신감과 패기가 바로 갓기들의 특징이었고, 그 당당함에서 미래와 희망을 봤다는 국민들이 매우 많았다.
“메달을 못 따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기 보다 메달 유무를 떠나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에 기뻐할 줄 아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당당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오히려 희망을 안겨주며 큰 관심과 진정한 응원을 불러일으켰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량과 대회 결과에 대해 “대한민국 선수들은 메달을 못 따면 왜 죄송한거냐,” “올해 대한민국 선수들의 에너지는 정말 좋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여자배구에 쏟아진 전 국민적 응원은 이미 매달의 유무 또는 승패를 뛰어 넘었다. 5세트 막판 일본에 극적으로 승리를 통해 8강 진출,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하며 최종 4위로 마쳤을 때도 국민들은 ‘각본 없는 감동’을 선사한 여자 배구팀에 대해 “메달 이상의 감동이다”라며 선수들을 앞장서서 격려했다.
대한민국 한국 선수단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총 29개 종목에 359명을 파견했다.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순위 16위에 올랐다. 반면 일본은 역대 가장 많은 메달을 따며 선전했지만, 스가 요시히데 내각 지지율은 20 퍼센트 대로 추락했고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올림픽 전의 3배가 되었으며, 코로나 와중에 개최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비용은 커진 반면 무관중 개최로 적자 또한 큰 폭의 증가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3중고’ 상처를 남긴 셈이다.
우리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올림픽이기도 했지만, 이번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 양궁의 막내 여제 안산을 몰랐을 것이다. 김연경의 진가를 몰랐을 것이다. MZ세대 체육인들의 위력도 몰랐을 것이다. 코로나19 라는 전 세계적 판데믹 속에서도 전 세계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타오르는 불씨와 희망을 선사한 대한민국 선수단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