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17개 선진국들을 상대로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What Makes Life Meaningful)”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답안 선택지에는 가족, 물질적 풍요, 건강, 친구, 직업, 사회, 신앙 등 다양한 항목들이 줄을 지었다. 조사 결과 17개 조사 대상 국가들 중 14개 국가들은 1위로 ‘가족’을 택했다. 한국인들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장 큰 가치를 ‘물질적 풍요(Material well-being)’로 꼽았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17개 국가들 중 물질적인 풍요를 첫 순위로 꼽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센터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미국,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등이 가족을 첫 번째로 꼽았다. 가족이 1위 순위에 오르지 못한 나라는 3곳인데, 바로 한국과 대만, 그리고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건강을 꼽았고, 대만은 사회를 선택했는데, 한국인들에게는 물질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건강이 2위, 가족이 3위, 자유와 사회, 그리고 직장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인 응답자들 중 단 1 퍼센트만이 신앙을 삶을 의미 있게 하는 요소로 꼽았다.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인의 항목별 응답 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에 대해 “이번 설문 조사는 복수응답을 허용하는 개방형으로 진행했는데, 한국인 응답자의 62 퍼센트가 단 한가지만을 꼽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주어진 항목에 대한 응답자의 비율뿐만 아니라 여러 항목들 사이의 상대적인 순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국민은 삶의 가치를 따질 때 여러 요인을 고려하는 반면, 한국인은 단일한 것으로 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물론 한국인들이 물질 풍요를 삶의 가장 큰 가치로 꼽으면서 그 이유로 댄 것은 내 집 마련, 가족 부양 자금, 부채 상환, 여행과 같은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여유자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2위인 건강, 3위인 가족과의 선택률 차이도 매우 근소하다. ‘물질적 행복’을 삶의 1순위로 꼽은 국가는 한국뿐이지만, ‘물질적 행복’을 6위로 공동 선택한 영국과 그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15개 국가들에서도 ‘물질적 행복’은 모두 5위 안에 들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건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물질적 행복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한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워라밸’이라는 말은 일(워크)와 삶(라이프)의 균형(밸런스)를 뜻한다. 전 세계 성인 인구 중 경제적인 활동인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에 따르면 2명 중 1명은 워라밸을 중시하고, 특히 돈 또는 일보다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2021년 말 진행된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들만 들여다봐도 한국인들 중 19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일과 가정생활의 우선도를 묻는 질문에 ‘둘 다 모두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한 사람은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 그리고 그 외의 전반적인 행복 바이러스 요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기도 한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철학자 콤비이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들인 대니얼 클라인(Daniel Klein)과 토마스 캐스카트(Thomas Cathcart)는 “좋은 삶이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삶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고,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흘러가는 우리들의 삶과 시간 속에서 자신 내부의 가치가 익어가도록 힘쓰는 것이 외부의 가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