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2월 2, 2022

가 위 손 입 문

무식이 용감이라고 처음엔 나도 용감했다. 아는 단어를 엮어서 말을 하면 자기들이 알아먹겠지 당신들은 한국어 아느냐고 한국 사람이 이정도 영어단어 아는 것도 대단한 거야 속말을 하면서. 바버스쿨을 다니면서 방과 후 네일샾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땐 손님들과 수다도 잘 떨었었다.

거의 여자 손님들이라 그녀들의 손톱손질을 하고 매니큐어를 예쁘게 칠해주고 로션을 발라 손을 맛사지를 해주는 동안 영어 독선생을 마주한 듯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릿스닝과 스피킹이 그런대로 이루어졌었고 언더스탠딩도 무리가 없는 듯싶었다. 뒷방에서 각자 싸온 한국음식을 여보란 듯 펼쳐놓고 호호 깔깔 떠들어가면서 나누어 먹었고 네일샾이 클로즈 할 때가 되어 손님이 끊기면 핏자와 파스타를 오더 해 나눠먹으며 태블릿으로 유투브에서 ‘불후의 명곡’과 ‘가요무대’를 보면서 향수를 달래며 즐거웠다.

바버스쿨 졸업하고 체인으로 운영되는 유명 바버샾이라 입사하자마자 이주간의 실습 교육을 받고난 후 볼더 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매니저를 포함하여 세 명의 바버가 일을 하고 있었던 샾은 핸펀 앱으로 손님들이 예약을 하면 컴퓨터로 확인하고 모든 것을 입력하는 시스템이었다.

아시안이라고는 나 하나에 동료들이 모두 이십대 백인여자애들이었고 완전 초보라 모든 것에 버벅 거리고 어설픈 나를 무시하여 은퇴를 목전에 둔 흑인 매니저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면 저애가 원래 못되게 굴어서 여기 붙어있는 사람이 없었으나 너는 손도 빠르고 빨리 배우니까 조금만 참고 견뎌봐라, 기술이 나아지면 지금처럼 대하지 못 할 거라고 하면서 격려해주어 간신히 두 달을 버티다가 결국 못 견디고 그만두고 말았다. 상처 입은 마음으로 친구들의 네일샾으로 돌아갔고 그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 손에 익은 일을 하면서 동료들과 한국어로 마음껏 수다도 떨 수 있는 즐거움을 되찾게 되었는데 상처가 아물어 원기를 회복하자 일 년 간 갖은 고생하면서 학교 다녔던 것이 아까워 다시 바버샾으로 옮겼다.


집에서 가까운 마켓플레이스에 위치에 있었으며 바쁘고 남자 손님이 꽤 많은 중국인 미용실이었다. 화통한 중국여인이라 백인여자애들보다 나을 듯싶었으나 일을 하다 보니 알코올이나 소독약은 아예 없었고 이발도구 소독하는 것은 한 번도 못 봤으며 청소도 하는 것을 못봤다. 보다 못한 내가 본격적으로 청소를 하면 주인여자는 그것도 싫어했다. 거기다가 콜로라도에 살면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바퀴벌레까지 등장하자 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 삼 주 만에 그만두고 다시 백인 바버샾으로 옮겨 탔다.나보다 나이가 여섯 살이나 위인 뚱뚱한 백인아줌마가 오너이고 그곳 분위기가 오래된 미국식 바버샾이라 우선 마음에 들었는데 할아버지와 엄마에 이어 자기까지 삼 대째 바버라는 자부심이 있었던 주인여자는 자신의 바버가문에 내려오는 비법을 내게 전수해 주었다.


바버 기술을 확실히 쌓을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서 견디어 내리라 단단히 각오를 하고 처음 고비였던 육 개월이 넘어갔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 돈 받으면서 실전 이발 아카데미에 다닌다고 생각하니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손님 머릴 망쳐도 계속 손님머리를 깎게 맡겨주니 고마울 따름이고 감사하고 감사하다 주문처럼 외면서 출퇴근의 멋진 들판과 언덕의 드라이브를 즐기며 일을 다녔다.

어차피 기술자가 될 것은 분명하니 이 시간을 견디고 노력하고 연마하여 그나마 미숙련자의 기간을 단축해보자. 그리만 되면 어느 곳에서건 내가 하고 싶을 때까지 일을 할 수 있다, 바버샾을 차려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고 칠팔십이 되거들랑 일주일에 이삼일만 취미삼아 일을 해도 되니 하루가 너무 길다 심심하다 할 일도 없고 샾에서 나오는 소득으로 여유를 부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견디며 정성을 들였다.


미국식 방식이 고마운 것은 초보자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오너도 손님도 초보라는 것을 알아도 쿨하게 기회를 준다. 세상 사람들 모두 초보가 아니었던 적은 없으니까 초보도 아파트 렌트비랑 차 할부금을 내고 생활을 제대로 해야 하니까. 한국은 자격증을 따고도 미용실에서 온갖 심부름과 청소룰 도맡아서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 년 넘게 견습만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가지고 언제 실전 실력이 늘 것인가 말이다. 가발 마네킹만 줄창 상대해기지고는 실력이 늘 수가 없다.

사람들 두상이 정말 각양각색이고 그 두상에 자라난 머리카락도 굵기와 재질이 모두 달라서 머리카락 한 가닥만 있으면 DNA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척 봐도 다르고 만져보면 또 다른데 그 진보 발전된 과학과 의학이 합하여져 어마 무시한 기계와 화학약품으로 판별을 하면 어찌 그 사람만의 고유함을 찾아내지 못할 수가 있을까 싶다.


손님을 의자에 앉히고 가운을 둘러준 뒤 뒷머리와 주변머리를 짧게 깎다보면 손님 머리통 본연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디에 찍혔는지 굵고 짧거나 얇고 긴 상처자리 서부터 뇌수술을 받았는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상흔도 있으며 더러 누구한테 고문을 당했는지 담뱃불로 지진 자국도 있다. 아이고, 얼마나 뜨거웠을까 싶어 가슴이 아팠다. 어릴 때 모기한테 물려서 마구 긁어대면서 가려워하면 엄마가 일부러 아버지의 담배곽에서 담배 한개피를 꺼내어 팔곽 성냥통에 성냥을 힘차게 긁어대어 화라락 불을 붙여 어설프게 뻐끔거리며 불을 붙여 가려운 부위에 대고 지져주었었는데 뜨겁긴 해도 그 극심했던 가려움이 순식간에 사라졌던 생각이 문득 난다.

그것도 엄청 뜨거웠는데 머릿가죽에 담뱃불로 지짐을 당했으니 얼마나 뜨거웠을꼬, 쯔쯔쯔. 너희들도 사느라 참 고생이구나 싶어 나보다 젊은 인생들이 불쌍하고 안됬다. 늙수구리들에 대해서는 서로 겪을 거 겪고 알거 다 아는 처지라 진한 동료 의식이 느껴지고 편하다. 젊어서는 그때가 최고의 전성기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 같은 것이 어디에 있어도 누구와 있어도 뭘 해도 편하고 불편함이 그닥 없다. 자식들이 다 자라 성인이 되었으니 근원적인 두려움은 일단 없어 늙어가느라 좀 아파도 맘은 편해서 좋다.

권달래
아마추어 작가, 1985 중앙대 건축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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