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타임지(TIME Magazine)가 올해 신설한 ‘올해의 어린이(Kid of the Year)’의 주인공으로 콜로라도 출신 15세 소녀 기탄잘리 라오(Gitanjali Rao)가 선정됐다.
이달 초 타임지는 기탄잘리 라오를 콜로라도 출신의 영특한 어린이 과학자로 소개하며, 미국 전역의 8세에서 16세 후보 약 5,000여 명 중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지는 지난 90여 년 동안 매년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을 선정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스웨덴 출신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역대 최연소인 16세 수상자로 선정됐었다.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부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인물’에 주목하겠다는 목표로 미국 어린이들 중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혁신에 기여한 특출난 인물을 뽑은 것으로 알려진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기탄잘리 라오는 올해 15세인 어린이 과학자이자 발명가 소녀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과학기술을 활용해 사회를 바꿀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10살 무렵, 덴버의 수질 연구소에서 탄소나노튜브 센서 기술을 연구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녀는 현재 콜로라도 하일랜즈 랜치의 스템 스쿨 하일랜즈 랜치 (STEM School Highlands Ranch)에 재학중이다. 또한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과 사명으로 식수 오염, 오피오이드 (마약성 진통제) 중독, 사이버 폭력을 꼽는다.
사실 초기에 라오를 세상에 알린 것은 미시간주의 식수 오염사태였다. 당시 미시간주 오염수 문제는 비상사태가 선포될 정도로 심각한 이슈였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했을 정도로 미국 사회를 들끓게 한 논란이었다.
값싸게 오염 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공기 중 유독가스를 탐지하는 메사추세츠 공대(MIT)의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어 휴대도 간편하고 제작비도 적게 드는 납 탐지기기 ‘테티스(Tethys)’를 발명했다.



이 놀라운 발명으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최고의 젊은 과학자 (America’s Top Young Scientist)라는 수식어와 2만 5000달러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이 소녀의 기술이 제품개발로 이어지면 식수 오염 문제가 심각한 개발도상국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정확한 수질 검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이뿐만 아니라 구글 크롬 웹 브라우저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 가능한 사이버 폭력 방지 서비스 앱도 제작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메신저 창에 입력된 단어나 문장이 타인을 괴롭히는 표현인지 판단하는 서비스이다.
남을 괴롭히는 말이라면 메세지를 수정할 것인지, 그대로 보낼 것인지에 대해 핸드폰이 물어본다. 타임지에 따르면 라오는 “10대들을 벌하기보다 스스로 반성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극찬했다.
라오는 여성이 드문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지니고 있다. “나는 전형적인 과학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내가 TV에서 보는 모든 과학자들은 더 나이가 많고, 대부분 백인이다. 성별, 나이, 피부색 등에 따라 사람들이 맡은 역할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아 이상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표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견을 깰 수 있는 나만의 도구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이전에 본 적 없는 많은 문제에 직면한 동시에 오랫동안 존재해온 문제들도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삶과 우리가 관여하는 모든 것에 과학이 스며들어 있다.
나는 이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멋지고, 혁신은 멋지고, 누구든 혁신가가 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