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9월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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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이션, 심상치 않다

걷잡을 수 없는 ‘식탁물가’, 세계인의 밥상이 위험하다

현재 2018년 이후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른바 미국인들의 ‘식탁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게다가 체감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 경제주체들의 심리상태를 불안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판데믹의 장기화 이후 경기 회복의 온기가 소비자들에게 채 전달되기도 전에 물가가 이토록 가파르게 오른 탓에 소비자들과 유통업체가 느끼는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물가상승은 대규모 경기부양책, 백신 보급 효과 등 일시적인 요인들이 반영되기도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마비된지 1년 만에 소비자 수요가 얼마나 회복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1년 동안의 셧다운 이후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 소비하기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물가상승으로 소비자들이 한숨을 내뱉고 있다. (사진 조예원 기자)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앞으로도 계속 증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 압력 강화는 장기간에 걸쳐 확장적인 재정 운용을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코로나19 판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도래한 세계적 현상이기도 한다. 이 사태가 수개월간 이어질 경우 제조업 분야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된다. 지난 3월과 4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은 물가상승이 제조업 분야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현재 미국 제조업 분야는 극심한 원자재 부족과 가격 상승, 운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6조달러에 달하는 재정 투입이 지속적인 물가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묶여있던 소비 지출이 향후 몇달간 계속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정부와 의회,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정 확대를 지속할 계획인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사진 한국일보)

미국, 캐나다, 유럽 각국 등 선진국도 식량 가격 오름세가 뚜렷하다.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자료에 따르면 미 가정이 소비하는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3.7퍼센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4퍼센트 오른 것에 비하면 식량 가격 상승폭이 물가 전반 상승폭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세계 식량 가격이 2014년 8월 이후 6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도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망치를 웃돌며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격 급등세가 사회 전반의 비용 증가를 유도해 인플레 및 금리 상승을 촉발한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그 부담이 고스란히 유통업자와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어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미 식품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경기회복 둔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로라시에 위치한 Sprouts 그로서리 스토어. 급증하는 물가로 인해 평소보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줄었다고 한다. (사진 조예원 기자)

최근 식량 가격 상승세의 원인들은 여러가지인데, 첫 째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균열이다. 각국에서 봉쇄조치가 시행되면서 계절 노동자들과 물류 이동이 막힌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에 따르면 작년 세계 선박 물동량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었다. 최근 들어 봉쇄조치가 완화되고 막혔던 운송길이 열리면서 물류 병목현상이 심각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궁극적으로 물류비용도 가파르게 올라 식량 가격에 반영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도 식량 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 각지에서 올해 초 기후이변이 나타나면서 기존에 대량으로 기르던 작물 작황이 큰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전세계인의 식량값을 말 그대로 ‘떠받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화물대란’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도 극심한 물류 적체 현상을 겪고 있다. 항만 관계자는 “부산항의 컨테이너 수용능력이 포화상태를 넘어 마비 직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박이 부족한 상황에서 화물이 몰려 선적 지연, 입항 차질, 부두 생산성 하락, 선박 회전율 급감으로 이어져 화물대란을 키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오로라시에 위치한 미도파 마트(M-Mart)나 에이치 마트(H-Mart)를 방문하는 소비자들도 인플레이션과 식탁물가 상승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운임료가 작년 대비 3배 이상 치솟은 데다가 한달 정도면 받을 수 있었던 품목들도 지금은 4개월에서 5개월까지 걸리는 등 유통업계 내 답답한 물류 적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즉, ‘사고 싶어도 못 사는’ 품목들이 앞으로도 연말까지 계속 증가할 예정이다.

(사진 조예원 기자)

제주도에서 재배되는 달고 싱싱한 무를 취급하던 미도파 마트의 이주봉 사장은 물류 적체 현상으로 인해 식품이 싱싱하지 않은 상태로 도착하는 것을 우려, 제주도 무 판매를 포기해야 했다. 식용유나 이를 사용한 드레싱류도 2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고, 전미 식품업계 및 유통업계들도 고기값이 30퍼센트에서 최대 40퍼센트까지 오르면서 소비자들과 함께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다. 신생아 기저귀와 여성용품 등 생활필수품들도 가격이 올랐다.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전문업체인 팔도(Paldo)사는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국제해운물류의 문제가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심각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으며 안정적인 운영이 붕괴된지 13개월이 지속되어 해운운송비의 급격한 인상 및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2020년 3월 이후부터 한국출발 2021년 4월말 현재 기준하여 미국 서부 및 동부 각각 몇 천불에 해당하는 비용을 본사가 추가로 부담하며 공급 중에 있다. 당사에서는 더 이상의 비용감수가 불가능하여 제품 단가 인상보다는 해운물류비용 인상폭에 대한 할증 요율을 추가하기로 하였음을 안내 드리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고객들의 양해를 구한다”고 유통업계에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판데믹 기간동안 발생한 일부 물가 상승 요인을 억제하면서, 상대적 회복기인 현재 기업들이 앞다퉈 가격을 올리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한편 전반적인 물가나 소득수준보다 식량값이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심지어 기아 및 영양실조에 빠지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 추세에 저소득층의 식량 확보 문제가 심각해진 것. 미국 최대 기아구제기관인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식량 불안’을 겪는 이들이 약 1320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 2018년보다 약 35퍼센트 급증한 수치다. 한편 식품 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시장 정보업체 슈퍼마켓구루의 필 렘퍼트 창업자는 “최소 1년 반정도는 계속 식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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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원 기자
고려대학교 국제학 BA · 고려대학교 언론학 BA · 덴버대학교 국제안보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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