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양보 없는 질서있는 격돌… 토론 6개 주제에 대해선 모두 첨예하게 대립
지난 22일 목요일 열린 2차 토론이자 마지막 美 대선 최종 TV토론 후, 미국 유권자의 과반이 조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토론에서 이겼다고 평가했다. 미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날 토론을 지켜본 미국 유권자의 39%만이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평가, 트럼프의 바이든에 대한 비판에는 ‘공평했다’가 50%, ‘불공평했다’가 49%로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이 결과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상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지난 1차 TV토론 후 여론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평가한 사람이 불과 28%였다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 대선이 한치 앞을 모르게 혼탁해지고 있다.
두 후보는 토론장에 등장할 때부터 상반된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연단에 섰고, 바이든 후보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와 연단에서 마스크를 벗었다. 코로나 19를 첫 주제로 포문을 연 이 토론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뜨거운 감자’임이 분명했다.
- 美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발언시간 보장 위해 ‘음소거 버튼’ 등장
미 대선 TV토론에서는 보통 6개 주제별 첫 부분에 두 후보가 2분씩 자신의 정견을 발표한다. 이 시간만큼은 후보들이 서로의 발언시간 보장을 위해 중간에 끼어들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난 달 29일 1차 토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발언에 번번이 끼어드는 바람에 토론이 혼란스러웠다는 지적들을 감안하여 새로운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미국 대선토론위원회(CPD)가 후보들의 발언시간 보장을 위해 미 대선 TV토론 역사상 처음으로 과거에는 없던 ‘음소거 버튼’을 활용한 것이다.
물론 음소거 버튼 작동은 논란을 없애기 위해 토론 진행자인 NBC 방송의 크리스틴 웰커가 아니라 미 대선토론위원회에서 직접 담당했다. 트럼프와 바이든 캠프의 인사들은 발언 시간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한쪽 발언이 끝나면 진행자가 반박 기회를 제공, 다른 쪽이 공격하는 양상의 질서있는 격돌이 계속되었다.
차분하게 시작한 토론 분위기는 한때 격해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폐지와 관련해 이 건강보험제도는 ‘사회주의 의료’라고 비판하면서 발언이 길어지며 첫 음소거가 적용되기도 했다.



-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 주제서 북핵문제 등장해 심도있는 논의
두 사람이 바라보는 한반도의 미래, 그리고 각 후보의 대북 외교 전략은 어땠을까? 이 날 핵심 토론 주제들 중 하나였던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핵 문제가 뜨겁게 논의되었다. 사회자인 크리스틴 웰커가 최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와 핵개발을 지속하는 것을 배신으로 보느냐고 질문하면서 이 주제의 포문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주장해온 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우정을 과시하며 “내가 북한과의 한반도 전쟁을 막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자신의 임기 초기 북미 관계가 최악이었음도 상기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왜 북한과 같이 폭력적인 국가에 합법성(legitimacy)을 부여해주냐”며 ‘폭력배(thug)’와 친한 것이 자랑이냐고 반문했다. 한반도 비핵화 성과는 전혀 없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정통성만 높여줬다고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가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내세우자 바이든은 “히틀러가 유럽을 침공하기 전에도 우리는 그와 좋은 관계였다”고 공박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김 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핵능력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만날 수 있다”고 향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 기후 변화(Climate Change) 문제에서도 큰 온도 차 보인 두 사람의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주요 투론 주제들 중 하나였던 기후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중국을 봐라. 얼마나 더럽냐”고 말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에 다른 나라 사례들을 내세웠다. “러시아를 봐라, 인도를 봐라. 공기가 정말 더럽다”고 이어 덧붙이기도 했다. 기후 변화와 화석연료 산업 문제는 핵심 경합주 유권자들의 표심이 갈리는 미국의 매우 중요한 정책 사안들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Change Accord)을 탈퇴한 것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는 “우리 기업들을 살리고 수조 달러를 지출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지구 온난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저 남자가 4년 더 대통령으로 재직한다면 청정 기후를 위해 우리가 도입한 모든 규제를 없애버리고 우리의 삶을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정에너지 산업의 구축이야말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기후변화 전략에 대해 미 유권자의 67%는 현재 바이든의 전략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 트럼프 ‘전염병과 함께 사는 법 배웠다’ VS 바이든 ‘전염병과 함께 죽는 법 배웠다’
이 날 토론의 첫 질문은 사실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관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판데믹이 중국의 잘못이라며 자신은 성공적으로 대처했다고 강조했으나 바이든은 “미국이 암울한 겨울로 들어서고 있는데 트럼프는 전혀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바이러스 때문에 나라를 봉쇄할 수는 없다며 바이든처럼 지하실에 틀어박혀 있지 않겠다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였다.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 확산을 통제 못한 사람은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해서는 안된다”고 응수하며 미국 내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사망자 역시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많은 미국인들이 전염병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경제의 재가동을 위해 학교 등을 개방해야 한다고 하자, 바이든 후보는 “아니다. 전염병과 함께 죽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안전하게 점진적으로 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공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유권자의 57%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후보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에 지지의사를 표하고 있다.